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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경제] 언택트의 세계

코로나19로 인해 언택트가 트렌드의 티핑 포인트가 되었다. 언택트란 접촉을 뜻하는 콘택트(contact)에 부정과 반대를 뜻하는 언(un)을 붙인 신조어로, 소비자와 직원이 만날 필요가 없는 소비 패턴을 창조했다. 특히 초연결 사회의 산물인 인터넷, 5G, 인공지능, 모바일기기, 사물인터넷, 증강현실, 가상현실, 플랫폼 비즈니스는 언택트 산업을 강화하는데 일조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은 서로 연결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를 살고 있음에도 사람과 직접적인 대면 없이도 아무런 지장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계속 늘어난다는 점이다. 자영업자나 기성세대로서는 수용하기 힘든 변화겠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사람간의 직접적인 접촉에서 오는 불필요한 갈등과 감정 소모, 피로감에 대한 거부가 ‘편리한 단절’로 이어지고 있다. 배달앱을 통해 음식을 배달시키고, 결제나 도착지를 설명할 필요 없이 택시앱으로 부르고, 한 번의 클릭으로 문 앞에 배달시키는 새벽배송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언택트는 일시적인 변화가 아니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메가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변화는 오프라인 시장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일본의 의류 브랜드 ‘어반리서치(Urban Research)’ 스토어는 매장 입구에 파란 쇼핑백을 비치하고, 이 가방을 든 손님에게는 점원이 일체 말을 걸지 않는다, 일명 ‘침묵의 가방’이다. 언택트를 도입한 결과 점원들은 도움을 요청하는 고객에 집중할 수 있게 됐고, 고객은 점원 눈치보지 않고 자신의 스타일대로 쇼핑할 수 있어 매장내 분위기는 더 좋아졌다고 한다. 유통업뿐만 아니라 서비스업으로도 언택트는 확장되었다. 일본 교토의 ‘도(都)택시’는 운전기사가 목적지를 묻거나 요금을 받을 때 외에는 승객에게 일체 말을 걸지 않는다. 이 역시 ‘침묵의 택시’다. 고객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자율성을 존중해주자는 것이다. 이제는 시대가 바뀌어 침묵도 고객의 가치를 존중하는 중요한 서비스가 된 셈이다. 여기서도 비즈니스의 핵심은 침묵이 아니라 언택트다.

 

 

 

언택트는 코로나19로 인해 갑자기 생겨난 산업이 아니다. 몇 년 전부터 혼밥, 혼술을 즐기는 1인 가구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불편한 소통’보다는 ‘편리한 단절’을 꿈꾸는 삶의 방식이 소비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었고, 코로나19가 기폭제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흐름에 힘입어 언택트는 소수의 욕망에서 머물지 않고 전 세계적인 라이프스타일로 진화하게 되었다.

                             

언택트는 편리한 단절을 넘어 너무 당연하고 생각했던 의식의 변화를 가져왔다. 일하고 가르치는 방식의 다양성을 가져왔고, 투명한 사회의 자각에 눈뜨게 했으며, 자연을 대하는 태도와 공동체 의식까지 바꿔 놓았다. 경험하기 전까지 막연히 불편하고 두려워 보였던 것이 해보니 그 속에 숨어 있는 장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이제 언택트는 방향이 아니라 속도다. 아무도 미래 라이프스타일이 언택트 방향으로 간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처음은 힘들지만 한 번 굳어진 관성을 무너뜨리기는 어렵다. 결국 언택트 경제는 물리적 제약에서 벗어나 더 많은 사람들과 더 많은 컨택트를 하게 만드는 사람이 승자가 될 것이다.

글.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ijeong13@naver.com)

본 칼럼은 <브릿지경제>에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