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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경제] 애플과 아마존의 연구개발비 활용법

2020년 기준 한국의 총연구개발비는 93717억 원으로 GDP 대비 4.81퍼센트다. 이는 이스라엘 4.93퍼센트에 이어 세계 2위에 해당된다. 하지만 한국은 과학 논문의 질적인 성과에서는 상대적으로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4일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 따르면 2017~2019년 피인용 최상위 1퍼센트 논문 국가별 순위에서는 한국은 10위 안에 든 분야가 6개에 그쳤다. 컴퓨터·정보과학, 화학, 전기전자공학, 화학공학 등 피인용 최상위 1퍼센트 논문 점유율이 4~5퍼센트대에 그쳐, 점유율이 40~70퍼센트대에 이르는 미·중과는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그나마 물리·천문학, 생명과학, 기계공학, 임상의학 4개는 10위권 밖이어서 순위 집계조차 되지 않았다. 특히 미래 먹거리로 떠오르는 생명과학과 임상의학에서는 논문 양이나 피인용 최상위 1퍼센트 논문 국가별 순위에 아예 이름도 올리지 못했다.

 

 

 

상식적으로 연구개발비율이 늘어나면 질적인 성과도 늘어나야 하는 것 아닐까?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사례를 살펴보자. 2000년대 마이크로소프트는 애플보다 10배나 많은 연구개발비를 들이고도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애플의 연구개발비는 3.5퍼센트로 구글의 15퍼센트나 메타의 21퍼센트보다도 5~7배 이상 낮은 비율이다. 상대적으로 낮은 연구개발비를 투자하고도 애플이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어내는 이유는 뭘까? 애플이 구매하는 부품 물량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공급업체들이 애플로부터 수주를 따내기 위해 신기술의 연구와 개발에 아낌없는 투자를 감행하게 되고, 애플은 자신이 연구개발에 거액의 비용을 투자하지 않더라도 공급업체들로부터 그들의 연구개발 성과를 계속 상납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까지가 우리가 아는 상식이다. 하지만 실질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경제학에서 한계효용의 체감법칙이 있다. 허만 고센이 주장한 이 법칙은 어떤 사람이 동일한 재화나 서비스를 소비함에 따라 느끼는 주관적 만족도 또는 필요도가 점차 감소한다는 것이다. 쉽게 예를 들자면 갈증이 있는 사람이 물을 마실 때 첫 모금에서 느끼는 만족과 효용은 가장 크게 느껴지고 마시면 마실수록 그 가치는 점차 감소하게 된다.

 

혁신도 마찬가지다. 처음에 많은 연구개발비를 투자하면 최신 설비와 더불어 새로운 마인드도 형성되어 효용과 성과가 높게 나타난다. 하지만 그 성과는 어느 정도가 되면 정점에 다다르면서 더 나은 혁신의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 ‘한계효용의 체감법칙처럼 혁신의 가치가 하락하게 되어 더 이상의 혁신을 기대할 수가 없게 된다.

 

그렇다면 방법은 없는 걸까? 미국의 인터넷 플랫폼 기업인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는 직원들에게 이런 실험을 했다. 연구개발비에 드는 비용을 줄이는 대신 가능한 많은 실험을 하게 했다. 실험 횟수를 100번에서 1,000번으로 늘리면 혁신의 숫자도 극적으로 증가하게 된다며 많은 실험을 장려했다.

 

흔히들 거대한 혁신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비를 아낌없이 쏟아붓는다. 그 결과 어느 정도 성과는 나타나지만 더 이상의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연구개발비가 늘면 늘수록 눈먼 돈이 생기고, 관리되지 않은 비용이 불필요하게 지출되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진정한 혁신은 고사하고 어떻게 비용을 지출할 것인가에만 집중하게 된다. 진정한 혁신은 풍족한 비용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자유로운 환경에서 비롯된다. 어느 정도 비용이 투입되었다면 이제는 혁신의 횟수를 늘려보라.

 

.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ijeong13@naver.com)

본 칼럼은 <브릿지경제>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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