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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경제] FTX는 왜 파산했나?

올해 초 44조 원을 웃도는 것으로 평가받았던 세계 3위의 가상화폐 거래소 FTX가 몰락했다. 1111FTX가 파산 신청에 들어가면서 코인판 엔론 사태가 벌어질 조짐도 보인다. 업계에서는 FTX의 몰락을 두고 다양한 이유를 거론하고 있다. 대형 파산을 촉발한 것은 유동성 위기가 주요 원인이다. 하지만 사태를 악화시킨 것은 내부 감시나 통제 소홀도 큰 실패 원인이다. ‘FTX와 알라메다 리서치의 경영진들이 고객의 돈을 마음대로 유용하는 과정에서 내부의 통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고 전했다.

 

FTX 파산의 원인을 박지원의 낭환집서(蜋丸潗序)에 나오는 얘기로 이해해보자. 조선 중기 천재시인 백호 임제(林悌)가 어느 날 술에 담뿍 취했다. 그는 가죽신과 나막신을 짝짝이로 신고 술집 문을 나섰다. 하인이 말했다. “나으리! 취하셨습니다요. 신을 짝짝이로 신으셨어요.” 임제가 대답했다. “이놈아! 내가 말을 타고 가면 길 왼편에서 본 자는 가죽신을 신었군 할 테고, 길 오른편에서 본 자는 나막신을 신었구먼 할 테니 뭐가 문제가 되겠느냐? 어서 가자.”

 

짝짝이 신발은 누구나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그런데 말 위에 올라타면 한순간에 짝짝이 신발인지 알아 볼 수가 없다. 사람들은 자신이 본 한쪽만으로 반대편도 그러려니 한다. 반대편도 마찬가지다. 한쪽의 근거 또는 추측 때문에 불필요한 일을 굳게 믿는 현상을 심리학 용어로 토마토 효과(tomato effect)’라고 한다. 상대와 얘기할 때 부분만 보여준다던지 확신에 찬 의미를 전달하지 않을 경우 대부분 사람들은 이야기의 전체를 지각하기 위해 먼저 이해한 부분을 바탕으로 전체의 의미를 추측하게 된다. 결국 이야기의 의미가 왜곡되고 이 사실을 알게 된 상대에게 신뢰를 잃게 된다. 이는 우리말 속담의 눈 가리고 아웅한다와 비슷한 의미다.

 

토마토 효과의 대표적인 사례가 엔론 사태. 당시 엔론은 FTX와 마찬가지로 세계 최대 에너지기업으로 군림했다. 하지만 한쪽에는 가죽신을 신고 정도경영을 실현하고 한쪽에는 나막신을 신고 분식회계를 한 결과 2001년 나막신을 신고 분식회계를 한 사실이 밝혀지고 2개월 만에 파산을 선언하였다. 전 세계 통신회사였던 월드컴도 다음해 비슷한 사태를 겪었다.

 

키이스 다시(Keith T. Darcy) ECOA 사무총장은 한쪽에 기업의 부도덕성이 드러날 경우 기업의 시장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 완전히 퇴출당할 위기에 빠진다고 말했다. 이듬해 20027, 신뢰회복 방안으로 제정된 법이 사베인-옥슬리 법(Sarvanes-Oxley Law)’이다.

 

의도적 외면하기 또는 한쪽은 가죽신을, 한쪽은 나막신을 신고서는 가혹한 현실을 극복할 수 없다. 2010년 브리티시페트롤리엄의 멕시코만 원유유출 사고,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2022FTX 파산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위기들이 눈가리고 아웅하기에 비롯되었다.

 

내가 짝짝이 신을 신었을 때 상대가 가죽신만을 보거나 또는 나막신만을 봐 줄거라는 기대를 버려야 한다. 내가 먼저 한쪽은 가죽신을, 한쪽은 나막신을 신었다는 사실로 접근해야 한다. 상대가 한쪽의 가죽신만을 보는 경우 단기간에는 적정한 수익을 가져 올 수 있으나 상대가 반대쪽의 나막신을 신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경우 개인적 신뢰는 물론 조직적 파산까지 가져온다.

 

. 정인호 GGL리더십그룹(ijeong13@naver.com) 

본 칼럼은 <브릿지경제>에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