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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경제]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심리

지난 917일 넷플릭스에 공개된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국내 드라마 최초로 전 세계 넷플릭스 드라마 랭킹 1위에 올랐다. 빚더미에 빠진 벼랑 끝 참가자들이 456억원을 쟁취하기 위해 벌이는 살벌한 경쟁, 게임에서 지면 목숨마저 빼앗기는 자극적인 설정이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인기 작품은 시대의 정서를 반영한다고 했다. 한국 사회에서 뜨거운 논란을 빚고 있는 공정성 이슈를 게임의 룰에 적용함으로써 적잖은 공감대를 형성했다. 거대한 게임판 속에서 무력하게 파편화된 참가자들에게 우리는 어떤 심리를 읽을 수 있을까?

 

 

 

하버드 대학의 사회생물학자인 에드워드 윌슨은 인간은 타고난 근시안이라고 말했다. 원시인의 수명은 짧다. 그들은 하루하루가 모험이었고 오늘을 살지 못하면 내일이 없었다. 하루 벌어 하루 먹는 하루살이 생활이기 때문에 그날의 사냥은 생존에 매우 중요했다. 그래서 인간의 뇌구조는 장기보다 단기를 선호하도록 만들어졌다. 에드워드의 주장은 이러한 논리에서 파생되었는데, 현대에도 그의 주장이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사람들에게 당장 100만원을 받는 것과 한 달 후 110만원을 받는 선택지를 제안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금의 100만원을 선택한다. ‘나중의 꿀 한 통보다 당장 엿 한가락이 낫다는 속담에서 알 수 있듯이 근시안적 뇌구조를 가진 일반 투자자들은 장기투자대신 단기 매매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오징어 게임에 참가한 모든 사람들도 근시안적 본능의 오류를 가지고 있다. 빚더미에 짓눌린 사람들이 단기간에 456억원의 상금을 얻기 위해서 모였다는 점이다. 목숨을 담보로 한 사기같은 게임이 가능한 것은 짧은 시간에 일확천금을 향한 인간의 근시안적 본능 때문이다.

 

오징어 게임은 스토리, 의상, 세트, 조명, 서사를 비롯해 모든 것이 매우 비현실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사람들이 공감하는 이유는 뭘까? 드라마를 통해 근시안적 본능을 일깨워 자신과 주인공 기훈(이정재)을 동일시하여 456억원을 성취했을 때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하고, 마치 그 사람과 실제로 상호작용을 하고 있는 듯한 유사 사회적 상호작용을 경험하기도 한다.

 

오징어 게임을 비롯한 일확천금의 모든 신화는 인간의 약점인 근시안적 본능을 이용한다. 공기로 움직이는 자동차, 물을 연료로 하는 보일러, 연료없이 저절로 움직이는 기차를 믿을 만큼 어리석은 사람은 없다. 하지만 여기에다 투자하면 대박이 된다는 말만 덧붙이면 자석같이 사람들이 달라붙는다. 드라마의 궁극적 제작 의도가 그러하듯 적금 대신 로또를 좋아하고, 기다리는 대신 당장 신용카드로 내일의 풍요를 당겨 쓰며, 장기투자보다 단기투자를 좋아하는 근시안적인 사람들에게는 영락없이 실패라는 꼬리표가 달라붙는다.

 

경제학인 케인스는 근시안적 본능을 지적하며 철저히 장기 투자로 큰돈을 벌었다. 그리고 그는 근시안적 본능의 오류에 빠진 이들에게 이렇게 경고한다. “인생은 짧다. 그래서 인간은 오징어 게임에 참가하거나 단기투자를 선호한다. 그러나 어떠한 상황에서도 일단 투자를 한 주식은 장기 보유해야 한다. 여러 해가 걸리겠지만 확실한 이익이 나거나 아니면 확실히 실수였다는 판단이 서기 전에는 함부로 매도하거나 행동해서는 안된다.”

 

글.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ijeong13@naver.com)

본 칼럼은 <브릿지경제>에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