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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경제] 친구가 망해서 기뻐요

학교 다닐 때 나보다 공부를 못했던 친구가 승승장구하며 잘나갈 때 느끼는 씁쓸함, 그런데 코로나19로 사업이 힘들어졌다는 소식에 안타까움보다 고소함을 느낀다. 잘나가는 연예인이 과도한 노출 사진이 인터넷에 게재되면 안됐다는 생각보다 쾌락을 느낀다. 이처럼 다른 사람의 불행을 보면서 느끼는 긍정적 정서를 샤덴프로이데라고 한다. 직장 상사가 어리석은 실수를 저질러 망신당하는 것을 보며 쌤통이라고 생각하는 것, 경쟁 팀의 실패에 희열을 느끼는 심술궂은 마음까지 모두 샤덴프로이데에 해당된다.

 

샤덴프로이데는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 상황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구글 트렌드에서 전 세계를 대상으로 ‘schadenfreude’를 검색한 결과, 평균 20선 이하를 보이다가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장된 20209~10월에는 최대 100까지 급상승했다.

 

코로나19와 같은 위기가 닥칠수록 우리 대부분은 자신을 더 좋게 생각하고 싶어하고, 긍정적인 심리를 유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고 한다. 그중 가장 쉬운 방법은 능력이자 자질에 있어 자신이 남들보다 우위에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는 것이다. 남들의 실패를 보면 자신의 부족감이 누그러지고, 절실했던 우월감을 잠깐이나마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신의 존재가치 즉 자존감을 얻기 위해 끊임없이 남보다 우월한 부분을 찾기 위해 남과 비교를 시도하는 뇌구조를 가지고 있다. 남보다 더 나은 부분을 발견했을 때 느끼는 쾌감이 자신의 열등감을 극복하고 자존감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준다. 결국 샤덴프로이데는 비뚤어진 감정이지만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샤덴프로이데가 전염된다는 점이다. 마음속으로는 그렇게 느꼈더라도 밖으로 드러내지 못하던 감정이 집단화되면 대범해진다. 심지어 남의 불행을 바라보는 즐거움을 얻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불행을 직접 유발하는데 동조하기까지 한다. 2020년 상반기를 뜨겁게 달궜던 화제작 <부부의 세계>에서도 가장 섬뜩했던 건 바람 핀 남편이 아니었다. 그걸 나만 모르고 다들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내가 친구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공모에 적극적으로 가담하여 주인공을 속이기까지 했다. 그것이 주는 공허한 위안과 가짜 우월감이 그들에게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런 샤덴프로이데 감정을 반복적이고 일상적으로 자주 느끼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문제의 원인을 개인주의적 관점보다는 구조적 관점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강하다. 지금의 어려움은 자신의 결함 때문에 빚어진 개인적인 문제다(개인주의적 관점)’라기 보다는 사회제도 탓, 코로나19 , 정부 탓으로 빚어진 문제다(구조적 관점)’라고 해석한다.

 

그렇다면 이런 샤덴프로이데 심리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샤덴프로이데를 구글 트렌드에 검색해보면 연관 검색어 1위가 카르페 디엠(carpe diem)’이다. 지금 살고 있는 현재 이 순간에 충실하라는 뜻의 라틴어로, 우리말로는 현재를 잡아라로 해석하면 되겠다. 2021년을 마감하는 시점에서 남과 비교해서 가짜 우월감을 드러내지 말고 오로지 현재 자신을 기쁘게 하는 일을 찾아보자. 행복은 거기에서부터 시작된다.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ijeong13@naver.com) 

본 칼럼은 <브릿지경제>에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