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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경제] 사람은 사람에 끌린다

인간은 우월한 집단을 선호하고, 힘이 있는 그룹이 비교적 약한 그룹을 배척하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힘과 경제적 우월성을 가진 집단이 약자를 지배하는 생각이 고착되면 파시즘의 형태를 띈다. 파시즘의 대표적 성질은 다양성을 부정한다. 특히 한국은 파시즘과 배척주의가 유난히도 강한 나라다. 계층간 갈등이 두드러지고 상하구별, 우열에 의한 지배, 복종 심리가 강한 신분제 사회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배타적인 지역이 강남이다. 건물을 나서면 모든 공간이 인도나 차도 같은 이동하는 공간이다. 걸어서 갈 만한 거리에 공원도 없고 길거리에 벤치도 거의 없어서 공짜로 누릴 수 있는 공간이 없다. 즉 돈 없는 사람은 강남에서 할 게 없다. 앉으려면 돈을 내고 커피숍에 들어가야 한다. 돈이 많은 사람은 4,500원을 내고 스타벅스에 들어가고 돈이 없는 사람은 골목안 1,500원 동네 커피숍에 들어간다. 그래서일까. 서울에만 18천 개의 커피숍이 있다. 이 숫자는 서울의 편의점 9477개와 치킨집 7468개를 합한 것보다 더 많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발생한다. 경제적 능력의 유무로 갈라놓은 도시에는 돈이 많은 사람과 적은 사람이 한 공간에 있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 호모 노마드, 유목하는 인간의 저자 자크 아탈리 교수(Jacques Attali)성을 쌓고 사는 자는 반드시 망할 것이고, 끊임없이 이동하는 자만이 살아남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들의 성은 더욱 공고할 뿐이다. 이러한 배타주의로 인해 같은 도시에 30년 넘게 살아도 공통의 추억을 가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

 

덴마크 코펜하겐을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든 얀 겔(Jan Gehl)은 사람에 관심을 두는 건축가다. 그는 시베리안 호랑이가 살기 좋은 환경을 잘 알면서, 사람이 살기 좋은 환경에는 너무 무지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사람을 위한 도시를 만드는 일에 일조한다. 그가 벤치를 가지고 재미난 실험을 했다. 벤치를 화사한 꽃밭 앞에, 다른 벤치는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거리를 향해 배치해서 어느 곳에 더 많이 앉는가를 알아보는 실험이었다. 결과적으로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며 사람 구경을 할 수 있는 벤치에 앉는 사람이 꽃밭 앞의 벤치에 앉는 사람에 비해 10배나 많았다.

 

이 실험의 결론은 사람들은 역시 사람에 더 끌린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자연을 좋아하고 높은 빌딩을 선호다고 해도 결국 사람이 있는 곳이어야 더 편안함과 안정감을 느낀다. 북적대는 핫 플레이스가 늘 붐비는 것도 기본적으로는 인간의 심성에 그런 본능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공통의 추억이 생기고 도시가 더욱 창의적이며, 경쟁력이 생긴다. 오히려 부자들이 더 많은 부를 창출할 수 있다는 얘기다.

 

뉴욕의 경우에는 걸어서 10분 이내에 공원이 있어 산책할 수 있고, 2분만 걸으면 벤치를 쉽게 찾을 수 있으며, 경제적 배경과 상관없이 센트럴 파크에서 일상을 향유할 수 있다. 이런 도시에는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공통의 추억을 가질 수 있으며 상하구분없이 계층간의 갈등을 해결할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혁신기업이 앞다퉈 공통의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소통과 창의성을 촉진하는 것처럼 도시에도 모든 사람들이 공통의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공간이 더욱 필요하다.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ijeong13@naver.com) 

본 칼럼은 <브릿지경제>에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