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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경제] 굿바이! 생활의 달인

200712월부터 201111월까지 4년간 진행된 최장수 코너는 생활의 달인이다. 수십 년간 한 분야에 종사하며 부단한 열정과 노력으로 달인의 경지에 이르게 된 사람들의 리얼리티와 삶의 스토리가 담겨 있는 생활의 달인은 그 자체가 하나의 다큐멘터리다. 비록 소박한 일상이지만 평생을 통해 최고가 된 그들의 득도의 경지를 목격하는 순간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달인은 오랜 기간 동일 업종에 종사하면서 지속적인 노력과 반복을 통해 숙련된 기술을 보유한 사람들이다. 수십 년 동안 묵묵히 그 자리에서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을 견인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7시까지 일할 것을 밤새워 일하고, 두 시간 걸리는 일을 한 시간으로 줄이는 돈내기 정신은 생활의 미덕으로 여겼다. 이처럼 개미와 같은 근면성실함이 70~90년대 경제성장을 이끌었고 그 정신이 오늘날 대한민국을 부유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달인과 같은 근면성실함이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도 그 역할을 다 할 수 있을까?

 

OECD에 따르면 한국인 취업자의 근무시간은 1인당 2124시간에 이른다. 이는 OECD 회원국 평균의 1.2배이고, 근로시간이 가장 적은 독일의 1.6배나 되는 수치다. 이 수치를 보면 한국 사람들은 달인과 같이 근면성실하게 일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투입된 근로시간이 많으면 노동생산성도 높아야 되는데 한국은 근무시간이 적은 독일, 미국, 일본에 비해 현저히 낮다. 산업형태, 설비환경, 기술숙련도 등의 차이가 있긴 하겠지만 개미처럼 일하는 근면성실한 문화 자체가 이제는 한계에 봉착했다는 신호다.

 

4차 산업혁명은 개인 컴퓨터의 지식과 프로세스가 범인류적인 인공지능으로 개발되고 통합된다. 이러한 기술은 인류의 뇌인 인공지능과 인류의 육체인 대량생산이 결합되어 낭비와 부족함이 없는 완벽한 주문 생산이 가능해진다. 쉽게 해석하자면 단순반복적인 업무뿐만 아니라 창의적인 일까지 로봇과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신하게 된다. 그렇다면 삶의 스토리를 담은 생활의 달인은 로봇과 인공지능으로 대체되고 인간에게 도덕적 교훈을 준 개미의 근면성실함은 단지 추억의 아이콘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각종 언론매체의 분석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한국의 기술수준은 선진국 대비 평균 5~7년 정도 뒤쳐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대한민국의 대표 근성인 근면성실함 때문이다. 당장 무언가 열심히 해야 하는 근면성실한 태도는 단기 수익모델에만 집착하게 만드는 단점이 있다. 이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180도 방향 전환을 해야 하는데, 달인의 태도는 재빠른 기술 개발 속도와는 반대로 가는 구조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는 속담이 있다. 이는 3차 산업혁명까지 통하는 진리였다. 지금은 4차 산업혁명의 시대다. 일찍 일어나는 새는 일찍 일어나는 벌레만 잡는다. 이제는 일찍 일어나지 않는 벌레까지 잡아야 한다. 따라서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는 달인의 형태로는 4차 산업혁명의 산업을 리딩하지 못한다. 요약하지만 4차 산업혁명은 지구력 있는 업무의 달인보다는 순발력 있는 창조가가 필요하다.

 

개그콘서트의 간판 코너로서 시청자의 사랑을 받던 김병만은 왜 달인을 그만두고 정글로 갔을까? 그것은 아마도 열심히, 근면성실하게만 하는 개미의 시대가 수명을 다했음을 인지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글.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ijeong13@naver.com)

본 칼럼은 <브릿지경제>에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