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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평등이 부른 불공평

‘유럽 축구’하면 많은 사람들이 독일의 분데스리가를 떠올린다. 그런데 세계축구의 전통의 강자로 군림해온 ‘전차군단’ 독일이 최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독일 축구의 성적표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 조별 리그에서 1승 2패 최하위로 월드컵 본선 사상 첫 토너먼트 진출 탈락이라는 수모를 당한 데 이어 지난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일본에 지면서 16강 진출에도 탈락했다. 이처럼 극강의 독일 축구가 몰락한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축구 전문가들은 독일 축구 몰락의 이유로 ‘50+1’ 규칙을 꼽는다. ‘50+1’ 규칙이란 구단 지분의 ‘50+1’퍼센트를 팬과 회원이 소유해야 한다는 것인데 특정 기업이나 개인이 49% 이상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제한한 제도다. 리그의 상업화를 막으면서 구단 서포터이자 회원들이 구단 경영에 참여하자는 취지다. 이 취지가 달성되려면 축구를 잘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그러나 독일에서는 ‘50+1’ 규칙으로 인해 역량 있는 선수를 영입하는 데 적잖은 제약이 따른다. 공정과 평등을 위해서 만든 룰이 오히려 성장의 발목을 잡은 격이 된 것이다.

 

공정하고 평등한 사회가 항상 인간에게 이롭기만 할까? 요즘 잘나가는 잉글랜드 리그에서도 한때 큰 위기가 있었다. 훌리건의 격렬한 몸싸움으로 1985년 39명이 사망한 데 이어 1989년에는 축구팬 96명이 압사당하는 사고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구장의 노후화로 각종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으며 서서히 관중도 감소했다.

 

이런 영국 축구가 위기를 딛고 일어선 것은 1992년 프리미어리그를 출범시키면서부터다. 선수, 감독은 물론 자본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축구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을 향해 그 문을 열어놓은 것이다. 개방성에 기반한 다양성을 추구한 결과, 러시아의 석유 재벌인 로만 아브라모비치 같은 거부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구단을 인수하면서 투자 규모부터가 달라졌다. 그만큼 우수한 선수도 적극 영입하게 되면서 경기력이 향상되고 오늘날 유럽 리그를 대표하는 잉글랜드 리그가 됐다.

 

경제적으로 빈곤층이나 취약계층의 사람들에게 생활조건을 개선해주는 일은 평등에 이바지하는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50+1’ 규칙처럼 투자 의지 자체를 꺾거나 기회조차도 없애며 평등을 이루는 방법은 또다른 문제를 잉태한다. 1980년과 81년에 올해의 유럽선수로 선정된 바 있는 바이에른 뮌헨의 카를 하인츠 루메니게(Karl Heinz Rummenigge) 회장은 이런 말을 남겼다.

 

“분데스리가만의 독특한 규정인 ‘50+1’ 규칙을 폐지해야 한다. 만약 이 정책을 계속 이어나간다면 이후에 결국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미국 아인랜드연구소 이사장인 야론 브룩(Yaron Brook)은 “평등은 불공평하다”(Equal is Unfair)고 단호하게 주장한다. 경제적 평등은 기회의 평등이라고 할지라도 경제적 관점에서는 좋은 생각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능력 있는 사람의 손을 묶을 수 있다는 의미다.

 

.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ijeong13@naver.com)

본 칼럼은 <브릿지경제> 지면에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