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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경제] 워라밸은 거짓말이다

일과 삶의 균형(Work-Life Balance), 즉 워라밸은 개인의 일과 생활 간의 조화가 이루어진 상태로서, 국내에서는 2000년대 들어서 사회적 관심이 증가했다. 2008년에는 워라밸을 보장하기 위해 주 52시간 근무제를 시행했고, 기업들도 정부의 방향성과 정책을 수용하며 직무 재설계나 유연 근로제 등을 시행하고 있다.

 

그런데 과연 워라밸이 존재하는 것일까? ‘균형(Balance)’은 명사이지만 동사로써 의미가 더 크다. 머무는 순간, 균형은 깨지고 만다. 때문에 우리가 손에 넣을 수 있는 무엇처럼 보이지만 사실 끊임없이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과정의 일부다. 그저 무 자르듯 9시 출근해서 일하고, 오후 6시에 퇴근 후 일정 시간을 자신에게 쓰면 당장 인생에 균형이 잡히는 게 아니다. 워라밸은 달성 가능한 훌륭한 목표인 것처럼 받아들이는 잘못된 개념일 뿐이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목표는 워라밸이 아니라 목적의식, 삶의 가치관, 존재의 이유, 삶의 중요성 등과 같이 삶을 보다 성공적으로 만드는 요소다. 이런 것들을 추구하다 보면 불균형한 삶을 살게 될 가능성이 높다.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워라밸이 없다는 점이다. 중간의 선을 넘나들며 치열한 집념과 노력,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렇다고 그들이 균형이 깨진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있을까? 그들은 균형보다는 나름의 원칙과 기준이 있었고, 의미있는 균형은 원칙과 기준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 시간들이었을 것이다.

 

워라밸을 추구한다는 것은 어떤 것도 극단을 추구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포한다. 물론 균형을 향한 욕구가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균형을 맞춘 삶은 어떤 일에든 많은 시간을 투자하기가 힘들어진다는 문제가 발생된다. 모든 일에 관심을 쏟으려 하다 보면 추진하려는 일에 대한 시간과 노력이 부족해지고, 결국 제대로 마무리되는 일이 하나도 없게 된다. 워라밸을 추구하지 말아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결코 운과 기적은 중간지점에서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운과 기적은 바로 극단에서만 일어난다.

 

그렇다고 오해는 하지 말자. 평생을 매일같이 야근하고 주말에도 일에 묻혀 살자는 것이 아니다. 균형의 문제는 사실 우선순위에 대한 문제다. 즉 자신이 중요시하는 가치들을 삶의 어떤 지점마다 필요에 맞춰 우선순위를 조정하고, 우선순위가 다른 것을 희생시키는 한이 있더라도 가장 중요한 일에 집중해야 한다. 그런 다음 퇴근해서는 가정에서의 우선순위를 명확히 파악하여, 다음 날 다시 일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계속해서 우선순위를 기준으로 무게중심으로 찾아나갈 때 비로소 균형이라는 말은 성사된다.

 

아인슈타인은 인생은 자전거와 같다. 균형을 잡으려면 계속 움직여야만 한다고 했다. 변화를 직시하지 못하고, 현실에 안주하며 적절히 워라밸을 추구한다면 현상유지가 아니라 퇴보다. 삶과 자연의 이치가 그러하다. 미지의 세계를 향해 가다가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 페달을 밟아야 한다. 이것이 균형을 맞추는 삶이다. 그래서 균형이라는 말은 언제나 명사가 아니라 동사다.

 

.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ijeong13@naver.com) 

본 칼럼은 <브릿지경제>에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