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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호의 통섭의 경영학] 글로벌 핫이슈, DE&I 떠올라

최근 글로벌 기업들의 화두 중 하나는 바로 DE&I(Diversity, Equity & Inclusion), 즉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이다. ‘포용(包容)’의 사전적 의미는 남을 너그럽게 감싸 주거나 받아 들인다는 뜻이다. 그런 힘이 포용력이 된다.

 

포용의 실용성에 대해 연구한 대표적인 학자가 있다. 캐나다 토론토대학 로트만 경영대학에 재직중인 리처드 플로리다(Richard Florida) 교수다. 그는 창조 계급의 부상’, 도시와 창조 계급이라는 책에서 어떤 지역의 번창 혹은 몰락에 영향을 미치는 주된 요소는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해 ‘3T 이론을 제시했다.

 

리처드 교수의 3T 이론과 DE&I는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미국의 주요 도시와 창조성에 관련해 리처드 교수는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미국에서 첨단산업이 발달한 도시의 순위와 게이 지수(gay index)가 높은 도시의 순위가 거의 같다는 것이다.

 

게이 지수란 각 도시마다 동성애자의 거주 비율을 의미하는데 즉, 게이 지수의 비율이 높을수록 첨단산업 더 발달했다는 것이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미국에서 가정 친화적 또는 자녀 친화적 도시들로 인기가 높은 도시들 가운데 다수는 게이와 예술가들의 주거지로 높은 점수를 받은 도시라는 것이다.

 

미국의 싱크 탱크인 밀켄 연구소(Milken Institute)가 제시한 그래프가 이를 증명하고 있는데, 그래프를 보면 게이 집중도가 하이테크 산업의 성장에 결정 요인이라는 사실을 확신시켜준다. 이러한 결과는 다양성을 촉진하고 진입장벽을 낮추는 것이 인적자본을 유인하고 기술에 기반을 둔 성장을 추동한다는 관점을 뒷받침한다.

 

이 결과를 토대로 리처드 교수는 도시가 포용력이 높을수록 재능있는 사람들이 모여들고 그 결과, ‘기술이 발달한다는 이른바 3T 이론을 창안한 것이다.

 

대표적인 지역이 실리콘밸리가 소재하고 있는 샌프란시스코다. 샌프란시스코 광역권 12개 카운티의 인구수는 서울·인천·경기의 3분의 1에 불과하지만, 지역내총생산은 한국 수도권보다 30퍼센트 이상 높다. 샌프란시스코 광역권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은 한국 수도권의 3.7배에 이른다. 인종의 구성을 살펴보면 실리콘밸리에 마주치는 사람의 10명 중 8명이 아시아인이다. 백인이 소수인 지역이 바로 실리콘밸리다.

 

리처드 교수의 연구결과에서 보듯 개방적이며 낮은 진입장벽을 가진 장소들은 광범위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유인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창조적 우위를 획득하게 된다. 다른 모든 것이 동일하다면, 더 개방적이고 다양한 장소가 더 재능있고 창조적인 사람들, 즉 조직의 혁신과 성장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더 많이 유인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최근 딜로이트 보고서에 따르면 다양하고 포용적인 환경을 만드는 회사의 노력에 전혀 만족하지 않는다는 항목에 MZ세대 직원 중 52퍼센트가 2년 내 퇴직을 고려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MZ세대는 특히 다양성과 포용성에 민감하다. 그만큼 최근 기업들이 DE&I에 관심을 갖고 노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DE&I에 초점을 둔 ESG 경영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확산되고 있다. DE&I 중심으로 기업 문화를 개선할 경우 포용적인 환경을 만드는 비재무적 성과뿐만 아니라 재무적 성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급변하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서는 편향된 시각과 한가지 특정한 강점만 가지고서는 지속적으로 살아남기 어렵다. 지금 가진 것, 내 생각을 고집하지 말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다양성을 포용하는 정책과 태도로 비즈니스 해법을 모색해볼 시점이다. 

 

글.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 경영평론가(ijeong13@naver.com)

본 칼럼은 <한국강사신문>에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