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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계의 평점테러, 누가 왜 하는가?

최근 평점테러로 영화계가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최근 개봉한 영화 브이아이피는 개봉 후 6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순조로운 흥행을 이어가는 듯했다. 하지만 극 중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잔혹하고 노골적인 폭력 묘사가 문제로 제기되면서 여성 네티즌들로부터 심한 뭇매를 맞고 있다.
 
이전에는 군함도역시 평점테러의 희생양이다. ‘군함도는 이례적으로 개봉 당일에만 네티즌 평점이 1399개가 쏟아졌고, 이 중 1점은 454개로 39%를 차지했다. 개봉 이튿날에도 총 9913개의 평점 중 절반이 넘는 5440개가 1점이었다. 1점을 준 네티즌들은 대부분 스크린 독과점과 역사 왜곡에 관련한 악평을 쏟아냈다.
 
과거에는 창작의 자유라는 틀 안에서 용인된 측면이 있지만, 최근 관객들은 성()이나 특정계층에 대한 편견에 민감하고, 본인들이 느낀 불편함을 가감 없이 표현하는 특성이 있다. 일회성으로 치부해버리기에는 영화계 평점테러는 일상이 돼버렸다

 


 

그렇다면 누가, 왜 평점테러를 자행하는 걸까? 무엇보다 평점테러를 하는 연령층을 살펴봐야 한다. 대체로 20~30대가 62% 이상을 차지한다. 이들은 평균 27세의 나이로 밀레니얼 세대에 해당된다. 1980년대 초반에서 2000년대 초반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는 이미 대한민국 인구의 40%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 중 66%가 경제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밀레니얼 세대는 소셜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자기표현의 욕구가 강하다. 이들은 세계 금융위기를 겪으며 심각한 경제 위기를 경험했고, 심지어 뛰어난 젊은 전문가조차 그들이 겪은 가혹한 경제 현실과 스트레스를 기억하고 있다. 많은 젊은 세대가 수천달러의 학자금 대출을 부담하고 있고, 오랜 실업을 견디고 있다. 이런 경험은 밀레니얼 세대가 혼란스러운 사회에서 자신만의 의미와 목적을 추구하는 열망을 심화시켰다. 그러다보니 뚜렷한 정체성을 지니고 다양한 인터넷 플랫폼을 이용하여 자신의 호불호를 자유롭게 표현한다. 이는 평소 억눌린 자아의 표현이기도 하다.   


 밀레니얼 세대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generalization error)’를 자주 범한다. 이들은 인터넷 정보에 필요한 정보만 보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이는 잘못된 정보도 많지만 잘못되지 않은 정보라고 하더라도 이는 읽는 사람의 지식기반이 약하거나 정확하게 모르기 때문에 자기가 편한데로 해석을 하는 오류를 내포한다. 객관성이 결여된 정보나 사례 및 불충분한 통계 자료 등 특수한 사례를 근거로 하여 일반적인 법칙을 성급하게 이끌어 내는 오류를 범하게 되는데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그는 카카오톡 단톡방에 두 번이나 나갔으니 앞으로 그와는 대화를 해서는 안 된다.’
 
성급한 일반화의 문제는 일부를 전체의 문제로 해석하는 부정확한 생각이다. 그러다보니 영화 속에서 전체를 보고 평가하기보다는 편집된 부분을 전체로 판단해 평가한다. 그들은 하나만 보면 열을 안다는 말을 즐기며, 일단 편견이 확고하게 고정되면 그 편견을 타파할 수 있는 행위를 보아도 눈감아버리는 경향이 강하다.
 
영화에 대한 감상은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기 때문에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닌 다름의 차이다. 무엇보다 관객은 유료로 영화를 즐기는 소비자로서 자유롭게 평가할 권리도 있지만, 마녀사냥과 같은 문화적 테러로 영화를 쓰레기 취급하는 태도도 지양해야한다. 그 어떤 감독도 쓰레기와 같은 영화를 만들려고 하진 않으니깐.

 

.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ijeong13@naver.com), 경영평론가, <가까운 날들의 사회학> 저자
본 칼럼은 <브릿지경제>에 게재되었습니다.